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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고기가 한 점도 없는 소고기, 중국에서 10년 넘게 팔렸습니다
정리

소고기가 한 점도 없는 소고기, 중국에서 10년 넘게 팔렸습니다

닭고기와 젤라틴으로 만든 가짜 소고기에는 이름과 등급까지 붙어 있었습니다. 값 차이가 여덟 배라서 벌어진 일입니다.

2026-08-08·8분 읽기

중국 공장에서 찍힌 영상이 있습니다. 붉은 고깃덩어리가 통 안에서 돌아가고, 손이 들어와 하얀 가루를 뿌립니다. 조금 뒤 꺼낸 덩어리에는 결이 생겨 있고 힘줄까지 박혀 있습니다.

겉으로 보면 영락없는 소고기입니다. 그런데 이 안에 소고기는 한 점도 없습니다. 닭고기와 오리고기, 그리고 젤라틴이 전부입니다.

이상한 건 이겁니다. 가짜를 만들려면 진짜보다 손이 훨씬 많이 갑니다. 색을 내고, 결을 만들고, 힘줄까지 심어야 하니까요. 그런데도 중국에서는 그게 더 남는 장사입니다.

색은 카민과 아질산염으로 맞춥니다.
색은 카민과 아질산염으로 맞춥니다.

만드는 순서

값싼 고기를 갈아서 통에 넣고, 소고기 향을 내는 가루를 섞습니다. 그다음이 중요한데 젤라틴을 넣습니다. 이걸 넣어야 씹을 때 쫄깃하게 늘어납니다. 넣는 양에 따라 질감이 달라져서 배합이 곧 기술입니다.

색은 카민과 아질산염으로 맞춥니다. 카민은 붉은 식용색소고, 아질산염은 햄을 붉게 유지하는 그 약품입니다. 여기까지만 해도 눈으로는 거의 못 가립니다.

더 공들이는 곳은 결까지 만들어 넣습니다. 소고기 특유의 근육 결을 손으로 흉내 내고, 힘줄처럼 보이는 것도 따로 박아 넣습니다.

재료가 더 내려가는 곳도 있습니다. 소의 림프절이나 내장 부스러기를 갈아 넣고, 병들어 죽은 소나 늙은 어미돼지를 쓰기도 합니다.

진짜 소고기 값을 다 주고 산 겁니다.
진짜 소고기 값을 다 주고 산 겁니다.

이름이 붙어 있습니다

이 고기에는 이름이 있습니다. 「몽골고기」입니다. 이름에 소고기가 들어가지만 소고기는 없습니다.

중국 식당가에서 10년 넘게 팔려왔습니다. 뒷골목에서 몰래 도는 것도 아니고, 이름이 붙어 유통되는 상품입니다.

등급까지 나뉘어 있습니다.

등급무엇으로값(500g)
붙은 살점 + 첨가물6~8위안
돼지·오리 조금 섞음8~10위안
돼지고기 위주10~15위안

등급이 나뉘어 있다는 건 시장이 자리 잡았다는 뜻입니다. 사는 사람도 뭘 사는지 알고, 파는 사람도 뭘 파는지 압니다.

양고기도 같은 방식으로 만들어요.
양고기도 같은 방식으로 만들어요.

왜 이런 일이 벌어지나

값을 나란히 놓으면 바로 보입니다.

1kg 값우리 돈
소고기160~180위안3만 원 넘음
닭·오리·돼지20위안4천 원 안 됨

여덟 배에서 아홉 배 차이입니다. 이 차이가 이 판을 굴리는 힘의 전부입니다.

식당에서 소고기 한 그릇을 낼 때 들어가는 고기 원가가 5위안입니다. 손님이 내는 값은 58위안입니다. 한 그릇에 50위안이 남습니다. 하루에 백 그릇을 팔면 5천 위안, 우리 돈 백만 원이 고기 하나 바꿔치기로 생깁니다.

진짜를 쓰면 이 돈이 통째로 사라집니다.
진짜를 쓰면 이 돈이 통째로 사라집니다.

잡아낸 건 소비자였습니다

광저우의 한 시장에서 이걸 사 온 사람이 있습니다. 칼로 잘라봤더니 안 찢어졌고, 안쪽에 하얀 것이 보였습니다. 라이터로 지지자 불이 붙었습니다. 플라스틱 타는 냄새가 났다고 합니다.

그 사람이 낸 값은 500그램에 100~200위안이었습니다. 진짜 소고기 값을 다 주고 산 겁니다.

국수에서도 같은 일이 있었습니다. 한 사람이 국수를 하룻밤 물에 담가뒀는데 가루가 하나도 안 풀렸습니다. 현미경으로 보니 알갱이가 보였고, 붕사 검출 키트를 대자 반응이 나왔습니다.

포름알데히드 시약으로도 재봤습니다. 안 삶은 국수가 1.1~1.2가 나왔는데 주의 기준이 0.1입니다. 열 배가 넘습니다. 삶은 뒤에도 0.5가 남았습니다.

이걸 잡아낸 건 중국의 검사 기관이 아니었습니다. 자기 돈으로 키트를 산 소비자였습니다.

상하지 않으니 파는 쪽은 손해가 줄죠.
상하지 않으니 파는 쪽은 손해가 줄죠.

고기만이 아닙니다

흰 플라스틱이 기계로 들어가고, 반대편에서 반죽 같은 것이 나와요.
흰 플라스틱이 기계로 들어가고, 반대편에서 반죽 같은 것이 나와요.

값은 누가 치르나

이 값을 제일 많이 치르는 사람은 정해져 있습니다. 값싼 국수를 사고, 58위안짜리 소고기 한 그릇을 큰맘 먹고 시키는 쪽입니다.

비싼 것을 살 수 있는 사람은 애초에 이 판에 안 들어옵니다. 가짜는 늘 아래쪽으로 흘러갑니다.

가짜를 알아보려면 검사 키트를 사고, 현미경을 들여다보고, 라이터로 고기를 지져봐야 합니다. 그럴 여유가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요.

국수를 10년 넘게 만들어온 사람이 이런 말을 했습니다.
국수를 10년 넘게 만들어온 사람이 이런 말을 했습니다.

가짜가 굴러가는 조건

가짜가 판을 잡으려면 세 가지가 맞아떨어져야 합니다.

  1. 진짜가 비쌀 것
  2. 구분이 어려울 것
  3. 걸려도 손해가 작을 것

셋 중 하나만 무너져도 이 장사는 성립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중국은 셋을 다 갖췄습니다. 값 차이는 여덟 배고, 힘줄까지 심으면 눈으로는 못 가리고, 벌금이 이익보다 작습니다.

이 셋은 저절로 갖춰진 게 아닙니다. 중국 당국이 벌금을 낮게 뒀고, 무엇이 어디서 걸렸는지도 알리지 않았습니다. 몽골고기는 이름이 붙은 채로 10년 넘게 팔렸습니다. 몰라서 못 잡은 게 아니라는 뜻입니다.

광고 자리
대신 맛이 사라집니다.
대신 맛이 사라집니다.

한국은 어떤가

점심에 들어간 국밥집 벽에 원산지가 붙어 있었을 겁니다.

농관원이 김장철 40일 동안 원산지를 들여다봤습니다. 위반한 가게가 142곳 나왔습니다. 중국산 배추와 고춧가루를 국내산이라고 적어둔 곳들입니다.

단속은 합니다. 걸리기도 합니다. 그런데 걸린 뒤가 문제입니다.

원산지를 아예 안 적은 곳이 41군데였는데, 거기 매긴 과태료가 다 합쳐서 2,065만원이었습니다. 한 곳당 50만원꼴입니다. 김치 몇 통이면 나오는 돈입니다.

속여서 적은 101곳은 형사입건됐습니다. 그건 재판이 끝나봐야 압니다.

다음에 그 집에 가도 같은 김치가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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